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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박 이야기

자연스럽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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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최고관리자
15.08.28 11: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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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자연스러움과, 전의 자연스러움, 앞으로의 자연스러움은 무척 다른 것들인지도 모른다.

 

아주 오래전 우리가 인간이기 보다는 포유동물 그 자체였던 그 시절에는 어쩌면 네 발로 네발 짐승이 아기 낳듯이 그렇게 아기를 낳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었을 것이다.

두 발로 걷게 되면서도 문명이 발달하기 전에는 그저, 아기 낳을 때가 되어 움막같은 곳에 숨어 혼자 아기를 낳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조선시대에는 중전마마는 어의가 옆에 있어 도와줬을 것 같고, 여염집 아낙네들은 동네에서 도움을 받아 집에서 아기를 낳았을 것이다.

 

60년대, 아직 우리나라가 많이 가난했을 시절에는, 병원을 가는 사람보다 집에서 그냥 아기를 낳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70년대, 현대 의학에 힘을 입은 의원이라는 것이 동네 곳곳에 생기면서 질환이 생기면 1차적으로 가야할 곳이 의원, 병원이 되었고 아이도 조산원이나 가정이 아닌 곳에서 낳게 된다. 지금도 외래에서 가끔씩 집에서 태어났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80년대 중반까지도, 지역적인 사정이나 가정의 환경에 따라 가정에서 출산하는 사람들도 있던 것 같다.

 

필자를 낳아주신 친정어머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너는 집한채 값을 들여서 태어난거야... 그 때 제왕절개를 하는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줄 아니?'

'아파서 죽는 줄 알았어.. 이 사람이 툭 만지고 가고, 저 사람이 툭 만지고 가고 그러는데 챙피해서 혼났어'

라고 하니, 70년대 초반의 의료라는 것은 눈부시게 발달되지도 못했고, 아는 것도 없었으면서, 현대의학에 대한 맹신으로 의학 기술에 대한 신봉은 있었지만, 사람몸, 혹은 사람에 대한 경외심이나 존경은 전혀 없었던 것이 분명하다.

필자의 친정 어머님은 또 막내인 남동생을 78년에 제왕절개를 하면서 하나도 안 아프길래 아들이어서 안아픈가보다 했다고 하셨다. 아마도 4.8kg짜리 큰 딸을 제왕절개로 만났던 70년대 한참 초반에는 무통주사를 맞지 못해 많이 아팠을 것이고, 78년의 그 제왕절개 때는 무통주사를 맞으셨던 것 같다. 아들이어서 아픈게 아니고, 무통주사를 해서 덜 아팠던 것이다.

70년대 초와, 70년대 후반의 분만, 혹은 수술의 모습이 이렇게 달랐다.

 

80년대... 잘 모르겠다. 아마도 급격히 조산원이 없어지고, 모두 병원에서 아기를 낳던 시절. 초음파를 자주 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배부르면 병원에 한번 가고, 아기 낳을 때 한번 가던 시절이 그 시절이었던 것 같다.

 

90년대... 기형아 검사가 발달하고 트리플 검사라는 것을 시작했다. 얼마 뒤 트리플 검사의 민감도가 매우 낮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쿼드 검사가 시행됐다. 모든 사람들이 기형아 검사라고 해서, 기형아를 다 발견해 줄 것 같은 착각에 빠졌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종종, 검사에서 정상이라고 나왔는데, 기형아, 다운증후군 아이가 나왔다며 의사들과 싸움을 하던 시기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는 일부는 무통주사를 하고, 일부는 안 하고 했던 것 같다.

 

2000년대... 기형아 검사는 더 발달해서 이제 민감도가 93%에 이르는 통합검사가 나왔다. 일반적인 대학병원 분만실에서 산모가 극심한 고통으로 못 참아 하면 데메롤이나 발륨 같은 안정제를 주어 비몽사몽간으로 만들기도 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 시절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를 했던 사람들이라면 다 경험했을 것 같다. 그리고, 처음으로 가족분만실이라는 것이 생겨나서, 분만실 안에 독립된 방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다. 2001년에 큰 애를 낳았던 우리 형님의 말에 의하면 이틀동안 여의도의 대학병원에서 진통하면서, 단 한번도 남편의 얼굴을 못 봤다고 했다.... 여전히 그 때 남편을 분만실에 들이는 것은 조금 낯설은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개인병원들은 너도나도 주치의 분만을 서비스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조리원도 생기기 시작했다. 제대혈을 시작했고, 점차 점차 100% 무통을 해 준다는 병원이 늘었다. 회음부 절개, 관장, 제모는 당연했고, 안되면 수술하면 된다는 생각에 정말 오후 4시만 되면 수술을 마구 결정해서, 제왕절개율이 40% 넘는 병원이 정말 허다했다. 그리고, 그 때는 그렇게 오전 6시에 땡하면 유도분만 시작하고, 마취과장님들 퇴근 전에 수술하고, 촉진제는 최고 용량까지 높여 쓰는 것이 아주 일반적이고 의사에게는 자연스럽게 배운대로 하는 처치였고, 산모에게는 자연스럽게 의사의 손에 이끌려, 간호사의 손에 이끌려 당하는 의료 행위였다.

 

2010년이 되었다...

아무래도 바뀔 것 같지 않던 분만실은 남편을 들어가게 해주었고, 산모들이 하나도 안 아픈채로 아기를 낳을 수 있다고 선전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2012년의 그 어느 날...자연주의출산이라는 다큐멘터리가 나오고 나서, 사람들은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자연스럽다고 믿었던 우리나라의 분만 문화가 지구 저편의 다른 나라에서는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과, 우리도, 지금껏 자연스럽고, 안전하다고 믿었던 분만이라는 의료 행위를 꼭 의료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 말이다. 산모들은 꼭 그렇게 해야해요 하고 물을 수 있게 되었고, 물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전에는 질문을 하는 것이 너무 무례한 것처럼 느껴졌으며 의사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처럼 느껴졌기에 꺼려지는 일종의 금기 행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정말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그렇게 묻고, 좀 안하려는 것은 분만이라는 의료행위에서는 결코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2015년 지금...

산과 교과서는 몇차례의 개정을 거쳐 지금껏 변실금과 심한 회음 열상을 막아줄 것으로 강력하게 믿고 있었던 회음절개를 더이상 시행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 진통중인 산모에게 물을 마실 것을 허용하라고 했고, 섣불리 진행이 안된다고 진단하지 말고, 아기가 괜찮다면 조금더 결정을 유보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심지어, 둔위아기도 그냥 낳아도 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30년 넘게 지속되어 온 의료의 오래된 관행을 깨기에는, 여전히 저 교과서의 내용조차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연앤네이쳐에서와 같은 병원에서의 자연스러움과 일반 분만 병원에서의 자연스러움은 아주 괴리가 있다. 임신은 질병이 아니고, 출산은 아기의 생일을 맞이하는 아기 일생에서도, 엄마의 일생에서도, 아빠의 일생에서도, 가장 중요한 하루라는, 그리고, 그 하루를 고통을 피하고자 두려움에 쌓여 맞이하기 보다는 아기와 함께하는 하루의 여정임을 잊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연앤네이쳐에서는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산전관리를 하는 동안 아기가 살아 있는지만을 보는 산전검사, 초음파만 할 것이 아니고, 마치 결혼식을 계획하는 것처럼, 다음의 단계에 우리가 더 무엇을 잘 할 수 있을지를 함께 의논하고, 지금까지의 문제는 무엇이었는지를 논의하는 과정이 산전관리의 더 중요한 부분임을 아는 것이 연앤네이쳐에서의 자연스러움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과정을 통해 산모들은 자연스럽게 기다릴 줄 알게 되는지도 모른다.

 

임신, 출산에서의 자연스러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쩌면,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의료 소송이 난무하고, 환자, 의사 간의 신뢰가 없는 곳에서는 교과서적으로 자연스럽게 라는 것은 몇 백년이 지난다고 한들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임신, 출산에서의 자연스러움은, 의사들로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자기 출산에 대해 자기 주도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산모들의 적극적인 요구에 의해서, 어쩌면 의료 소비자인 산모들이 강력하게 원해야만 되는건지도 모른다. 부디, 이런 자연스러움이 억지스러움으로 비춰지지 않는 날이 오기를 바래본다.

 

by Dr.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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