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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박 이야기

회음부 절개를 하고서도 결국 제왕절개를 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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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최고관리자
15.11.25 09: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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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 끝에 어찌저찌해서 출산에 모두 다 성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일이 걸리건 3일이 걸리건, 자연분만 할 수만 있다면야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경우도 분명히 있음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지난달에, 정말 다른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들이 들으면 어쩌다 거기까지 갔니 할 만큼 힘든 산모가 있었기에, 오늘은 필자의 시선에서 그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진통이 개시되기 전에 양수가 먼저 나왔다.

여유를 가질 수 있다. 태동검사가 괜찮다면 사실 급한 문제도 아니고...

그냥 기다려도 6-12시간 이내에 진통이 시작된다고 하니 산모가 입원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40주 1일이고... 산모는 키도 크고, 마음도 긍정적이고, 예쁘다. 잘 될 것이라고 믿자...

산모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산부인과 의사들끼리는 양수가 먼저 터지면 일단 CPD(아두골반불균형) 아니야 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 경험상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다.

 

하루가 지났다.

그 날 오전, 박길순 선생님이 무통주사를 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진행 상황은 매우 초기이지만, 이대로 산모가 못 버틸 것 같다고 말이다. 그럼, 무통 주사를 해야한다. 산모에게는 이와 같은 고문은 없을지도 모른다. 자기 의지에 반하는 것은 어떤 것도 우리가 강요할 수 없다. 내과에서 감기 치료를 하더라도 동의를 구하고 해야한다. 진통은 전적으로 산모가 겪는 것이기에, 본인 의지로 안될 것 같으면 남의 의지로 그걸 억지로 하라고 강요해선 안된다. 아기 상태가 괜찮고 산모의 몸에 특별한 징후가 없으니 일단 무통주사를 하면 산모는 고통이 덜 하니 용기를 얻을 것이다. 물론 무통주사 덕에 촉진제를 써야할 가능성은 좀더 높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촉진제 쓸 가능성이 높아지니 무통주사를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촉진제를 시작했다. 역시 덜 아파하니, 더 이완이 되고, 진통이 규칙적으로 오니 자궁입구가 열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4cm 가 되고, 6시간이 지나 자궁입구는 완전히 열렸다. 아기도 내려오기 시작한다. 여기서 한시간이면 아기를 볼 것 같다.

한 시간이 지났다.

아기가 내려오지 않는다.

무통주사를 더 하는 것은 이 상황에서는 좋지 않다. 진통을 약하게 할 것이고, 자기 힘이 없는 상태에서 아기를 밀어내기는 더 힘들다.

두시간이 지났다.

산모에게 열이 나기 시작했다.

아기머리가 아주 가까이 보인다. 뭔가 결정을 해야한다. 아기 심박수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자주 160회를 넘어간다. 변동성은 좋지만, 열이 나고 심박수가 높아지는 것은 안심하기에는 부족한 소견이다. 빨리 낳는 방향으로 하자...

산모는 키가 크고, 골반이 좋다. 아기가 크더라도 잘 낳을 가능성이 많다. 아기 머리가 1cm 상방에서 보인다. 힘을 조금 보태주면 낳을 것 같다. 회음절개를 하고 자궁저압박을 하고 낳아야 겠다.

아기 심박수가 아직은 괜찮다. 시간의 여유가 아직은 있다. 시도를 해본다.

한차례의 자궁저 압박을 시도했다. 심박수는 괜찮고, 엄마의 체온도 그 이후로 더 높아지는 것 같지는 않다. 자궁저 압박에도 아기가 그렇게 내려오는 것 같진 않다. 손을 바꿔 다시 시도해야한다.

손을 바꾸었다. 내진 후에 확실히 자궁저 압박을 하면 아기가 나올 것 같다고 하니 우리는 다시 시도하기로 했다. 여전히 아기는 씩씩하지만, 두번의 자궁저 압박도 실패하고, 아기는 1cm를 남겨두고 그 자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40여분의 시간이 지났다. 더 이상은 어려울 것 같다. 회음절개를 하고도 전혀 내려오지 않고, 아기의 심박수와 엄마의 체온은 그렇게 나쁘지는 않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태이다.

 

'미안해요... 이렇게 더 하다가는 아기가 너무 위험할 것 같아요. 수술해야해요. 아기야 어떻게든 태어나겠지만, 아기의 상태를 예측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정말 미안해요. 차라리 미리 수술할 것을 그랬나봐요. '

'전 괜찮아요.. 다 해봤으니까요. 전 괜찮아요. 정말..'

 

제왕절개를 했다.

진한 태변착색이 되어 있었다. 아주 진한 태변 착색에 아기 머리는 한참 아래로 내려가 있고, 머리 모양의 변형도 심하였다. 그럼에도 다행히 아기는 아주 건강하게 잘 울었다. 아기 엄마가 아기를 보았는지 어쨌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기는 아주 건강했다. 정말 다행이다.

수술은 아무 문제 없이 끝났다. 대한민국에서 거의 40%에 육박하는 여성들이 받는 수술이 제왕절개이다. 수술은 40분도 안되어 끝났고 회음부 봉합을 했다. 정말 미안하다. 산모에게 이런 고생을 시켜 정말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어떻게해야 이 미안함이 풀릴까...

최선을 다 했으니 이것만으로도 자연주의출산이다 라고 위로하기에는 너무 옹색하고 싫다.

어떻게  어떤 식으로 위로를 해야할까...

 

그렇게, 허무하게 우리는 제왕절개를 했다.

'원장님 그래도 다행이에요. 아기가 중환자실 갔으면 어쨌을뻔 했어요.'

라고... 모두들 나를 위로했다.

'정말 다행이에요. 엄마가 큰 희생 했어요. 아기가 건강해 다행이에요'

라고... 나는 아기 엄마를 위로했다.

그래... 시간이 얼마가 지나건 아기는 나오기야 하겠지만, 어떻게 나오느냐도 중요하다. 건강하게 만나는 것 이외에 다른 어떤 것도 이 순간에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것 말고도 다른 것을 바라면 그건 욕심일 것이다. 내 욕심으로 산모를 더 버티게 했다면 자연분만이야 했겠지만, 그건 나의 욕심으로 억지로 한 것 이상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다행히, 산모도 아이도 건강하게 잘 퇴원했고, 회음부의 상처도 잘 아물었다. 마음의 아쉬움은 진하게 오래도록 남겠지만, 몸에 남은 흔적은 의외로 빨리 없어진다. 정말 다행이다. 회복마저 더디고 후유증이 생기기라도 했다면 정말 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산모가 산전에 건강관리를 잘 하고 운동도 열심히 했던 터라 놀라운 회복력을 보였던 것 같다. 정말 다행이다.

 

어쩌다 이렇게 늦은 결정을 했을까...

모두들 아기를 믿었고, 산모를 믿었고, 산모가 가지고 있는 제반의 조건들을 믿었다. 회음부 절개 이후에 자궁저 압박으로 실패한 적이 거의 없었기에 그 경험도 한 몫 했다. 의료진의 경험과 보여지는 객관적인 사실들은 우리를 지나치게 낙관적인 예견을 하게 했다. 아무도 자연분만을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기도 크지 않았고(3.38kg), 산모는 평균 이상의 큰 키(170cm)였고, 40주를 갖 넘기고, 진진통 이후 평균적인 진행 속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예측과는 다르게 아기는 제왕절개로 태어났다.

산모가 보통의 다른 산모들보다 더 많이 아파하고 이른 시기부터 밀어내기를 하고 싶어했고, 허리를 많이 아파하고, 일찍부터 무통주사를 원했고, 양수가 먼저 터졌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아두골반불균형'을 예측하게 하는 소견이라고 한다면 정말 할 말 없지만, 더 아파하더라도 무통주사 이후에 진행이 잘 되었고, 양수가 터졌음에도 감염의 징후나 태아 곤란증 없이 잘 진행되었으며 허리가 아프거나 진통을 아프게 느끼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객관화 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아두골반불균형'을 처음부터 예측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너무나 아쉬웠다.

차라리 미리 수술할 것을...

너무나 미안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덜 고생시킬 것을...

 

연앤네이쳐 개원 이후 회음부 절개 후에 제왕절개를 했던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고, 전문의 생활하면서는 겨우 두번째 경험한 일이다. 어찌 생각해보면, 나도 '자연분만'에 대해 한 고집하는 인물이므로 이런 일이 생긴 것일지도 모르지만 (여차하면 수술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의사라면 이런식의 '늦은 결정'은 하지 않을 것이다) 부디 아기 엄마와 아빠에게 이 수술이 트라우마로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 수술이던, 분만이던... 우리에게는 그 과정이 주는 의미가 더 중요하고, 그 준비 기간동안 예측할 수 없는 결과에 대해 두려워하며 불안해 하는 것보다, 잘될 가능성에 초점을 두어 긍정적이고 즐겁게 임신 기간을 보내는 것이 훨씬 더 아이에게 좋을 것은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될만큼 당연한 일이다.

 

제왕절개를 했더라도...

 

우리는... 자연주의출산, 자연분만을 한 것보다 더한 자연주의출산을 했다.

 

by Dr.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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