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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자연주의출산에 절대적인 기대를 가지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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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5-11-04 11:01 조회5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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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일하고 있는 곳은 대한민국에서 몇 안되는 자연주의출산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다.

자연주의출산이라는 말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필자가 기억하기에 확실한 것은 어느날 SBS에서 '자연주의출산보고서'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소개되면서 이 말이 더 널리 쓰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영어로는 natural childbirth

우리나라 말로는 자연 출산 이라고 번역될 수 있겠다.

 

자연주의출산을 원하여 상담을 하러 오는 산모들에게 '왜 오셨어요'라고 물어보면 대답은 대개 몇가지로 축약되는 것 같다.

'OOO 소개로 왔어요. 좋다고 해서요'

'회음부 절개가 싫어서요'

'다큐멘타리 봤어요'

'회복이 빠르다고 해서요'

'다른병원에서 하는게 무서워서요'

'제왕절개가 싫어서요'

..................

아주 일부의 산모들은 '아기한테 좋을 것 같아서요' 라고 답한다.

어떤 산모들은 '첫째 때 낳은 기억이 좋지 않아요'라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대체적으로 자연주의출산을 원하여 오는 산모들은 위의 대답에서 본 것처럼, 남들이 좋다고도 하고, 아프다는 회음절개도 안할 것 같고, 다큐멘타리에서 보니 그럴싸하고, 아기 낳고도 멀쩡하다고도 하고, 제왕절개도 많이 안한다고도 하니... 등등의 부가적인 장점들이 있기에 일반적인 '자연분만'보다는 더 좋지 않을까 하는 믿음을 가지고 찾아오는 산모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자연주의출산이 어디 그렇게 장점 뿐만 있겠는가...

필자의 병원을 찾아와 첫째 출산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이야기 하면서 반드시 그 상처를 씻고 가고 싶다고 하는 경산모들의 경우처럼 필자의 병원에서 첫째를 그럴싸한 '자연주의출산'을 하고 다시는 그 고통을 겪고 싶지 않다며 다른 병원에서 다른 의사선생님 앞에 다시는 '자연주의출산'을 하지 않겠다고 찾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정말 아파서 죽는 줄 알았어요'

'안 찢어진다고 하더니 엄청 힘줘서 낳느라고 더 많이 찢어졌어요'

'진통 하다하다 고생만하다가 결국 수술했어요'

'겨우 낳았는데 아기는 중환자실 갔어요'

'이건 정말 미친 짓이에요. 그 좋은 무통을 두고 왜 그런대요?'

 

등등... 너무 오래 걸려서..그러다가 수술해서.. 혹은 기대했던 것보다 회음부 손상이 심해서.. 등의 까닭으로 산모들은 본인이 그렇게 열망하던 자연주의출산을 후회하며 다시 일반적인 가족분만실에서 무통주사를 맞고 고통스럽지 않게 아기를 낳고 싶어하기도 한다.

 

어떠한 분만의 형태이건간에, 아기에는 일정부분 고통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출산 이후로 아무 이상이 없는데 호흡이 불안정하여 중환자실에 가서 관찰이 필요한 경우까지 생기는 것을 보면 정말 출산이라는 것은 아이에게는 '목숨 걸고' 겪어야 하는 일생 일대의 중요한 일인 것임에는 틀림없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분만진통이 없는 상태에서 멀쩡히 있다가 갑자기 배 밖으로 꺼내어져서, 전혀 준비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폐호흡을 하는 것도 아기 입장에서는 힘든 일일 수 있다. 환경이 달라져서도 아이들은 힘들 것이다. 자궁속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맞이하게 되는 아이들의 충격이 어떻게 하나도 없을 수 있겠는가...

엄마는 무통주사를 맞고, 진통을 겪지 않고 제왕절개를 하여 좋았을지 모르지만, 아기는 엄마의 과정이 어떻든지 간에 힘든 과정임은 틀림없다는 뜻이다.

 

그렇더라도...

그걸 가지고 엄마들에게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아기가 힘들다는데?'

'옛날에는 다 그렇게 낳았어'

'왜 못참아?'

라고 비난을 하며 산모들에게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른 병원에서 일반적인 분만을 하는 사람들이 그걸 몰라서 그렇게 선택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모성결핍 수준이 심각하다고 섣불리 판단할 것도 아니다.

 

우리가 어떤 것을 선택할 때 가장 범하기 쉬운 실수가 남이 좋다고 해서 결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건 남의 경험이지 나의 경험이 아닌데, 나도 그와 같은 경험을 할 것이라고 기대해서 오는 경우들은 그보다 더 한 것을 기대해서 오는 경우가 많아서 오히려 더 실망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 도대체 뭐가 좋아 자연주의출산을 하시나요?

 

적어도...

다는 모르겠지만, 아기랑 나랑, 남편이랑 함께 그 과정을 오롯이 우리 힘으로 해 낼 수 있다는 것...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다는 모르지만, 적어도 아기가 훗날 엄마가 아기를 위해 이런 남다른 선택을 하였고, 태어나는 순간부터도 그렇게 너를 존중하며 너에게 모든 것을 맞춰 준비했다는 것... 이것 역시 돈으로 얼마나 환산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다는 모르지만, 이렇게 오염된 세상 속에서, 잘 모르는 신 기술이 마구 나오고 있을 때 오래전부터 엄마들이 해 왔던 방법대로, 오롯이 엄마몸의 힘을 믿고, 마구마구 신의료를 이용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했다는 것... 현대인의 시각으로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것은 어쩌면 마이너스일지도 모르지만..

다는 모르지만... 다른 날도 아닌 아기의 생일에 아플까 무서워 벌벌 떨며 어떻게 해서든지 덜 아프게, 편하게 하려고 도망가지 않았다는 것... 이거야 말로 천지에 타이레놀과 같은 진통제 선전이 남발하고 있는 이 세상에 아프라고 하는 것이니 더더욱 돈으로 환산하면 마이너스가 심할지도 모른다.

다는 모르지만... 내 자식 만나는 날 탯줄 자르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소중한 결혼식 계획하는 것처럼 아내와 함께 그 모든 과정을 함께 계획하고 마무리 했다는 것... 참나... 이 바쁜 세상에 남편들이 돈벌것도 힘든데, 아기 낳는것까지 함께 계획해야 한다고 하면... 이건 자본주의 사회에서 엄청난 손실인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우리가 해 냈다는 성취감을 얻었다.

우리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우리 아기를 처음부터 존중하는 출산을 했다.

우리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예전부터 지켜온 신성한 출산을 태고적 방법으로 안전하게 했다.

우리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기쁨으로 아기의 생일을 맞이할 수 있었다.

.....

 

그렇게... 우리가 볼 수 없고,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좇아 우리는 자연주의출산이라는 것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보이지도 않고, 알아주지도 않는...

 

자연주의출산이 주는 표면적인 모습... 3대 굴욕이 없고, 남이 좋다고 하니 선택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자본에 의해 자본으로 환산될 수 있는 가치만 인정받는 이 세상에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며 돈을 내라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여하튼, 그저 시설이 좋다고, 의사가 친절하다고, 여의사가 있다고 그렇게 선택해서 아픔을 감수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좀더 깊이 자연주의출산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사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자연주의출산은 이렇게 화려한 치장을 할 필요가 없는지도 모른다. 정말 '놀라운 아기탄생의 순간'에 나오는 아스카의원처럼 작은 가정집에서 정원을 가지고 1년에 120명 출산을 하는 그런 작고 소박한 모습이어야 될지도 모른다.

 

by Dr.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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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부끄럽게도 두 아이 모두를 제왕절개로 만났다. 그때 필자는 교과서에 나온 태아의 생물학적 발달 상태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30주 1.5kg 이상으로 태어나는 아이들은 잘 케어하면 신경학적 후유증 없이 회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4주 폐가 완성되며 양수내의 SPA 같은 폐성숙이후 나오는 물질이 늘어난다.

34주 이후는 태어나도 인공호흡기를 달지 않아도 된다.

35주 이후에는 빠는 힘이 생겨 인공적으로 고무관으로 먹이지 않아도 먹는 경우가 많다.

36주 이후는 피하 지방이 많아져 체온조절장치인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7주 이후는 확실한 만삭이다. 낳아도 예후가 나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래서, 아기가 준비가 되고 안되고는 나의 고려 사항이 아니었고, 그저 숨쉴 수 있고 체온 유지가 가능하고 스스로 먹을 수 있다면 아기는 태어나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주변 동료 의사들도 그렇게 그러한 기준으로 시간을 잡아서 37주가 넘으면 제왕절개를 결정하곤 했다.

나 역시도 크게 다르지 않아 큰 아이는 37주 3일에 작은 아이는 37주 2일에 제왕절개로 태어나게 해버렸다.

그때 내가 가장 고려했던 것은 나를 둘러싼 주변 동료들의 진료 스케쥴이었고, 나의 복귀 시점이었지, 아기가 아니었다. 우리 아기들이 어떻게 느낄지 배속에서 무엇을 먹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느낌일지는 철저히 무시하고 그저 꿈틀거리면 근육이 튼튼해졌나보다라고 생각했고 딸꾹질을 하면 횡경막이 아직 미숙한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때 다시 나는 태아의 감정상태라는 것은 전혀 고려할 줄 모르는 그저 의학을 배운 초짜 생물학도였는지 모른다.

 

어쩌면 의학이 밝혀낸, 특히나 발전이 느린 산부인과학이 알고 있는 태아와 엄마에 관련한 과학은 다른 자연과학 분야가 밝혀낸 많은 자연의 법칙보다 훨씬 적은 분량인지도 모른다.

겨우 100년여 남짓의 지식을 가지고 과거로부터 오랜 시간동안 인간이 본능으로 해 왔던 일들을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좀더 나은 방향으로의 변화라면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