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를 위한 글 II]임신부 식생활과 영양제, 그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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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2월 23일 09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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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산부인과 전문의

2014년 8월에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서울 여성의 평균출산연령은 32.5세로 2003년 30.3세에서 2.2세 높아졌으며, 특히 지난 10년간 35세 이상 여성들의 출산율이 무려 2.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출산아 수 감소가 현대 사회의 문제임을 볼 때 고령 산모가 증가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준비된 여성들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할 수 있다.

준비된 산모들이라고 해도 임신이 확진되면 산모들은 온갖 걱정들과 난무하는 정보들에 소위 말하는 “멘붕”이 오게 된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으면 안되는지, 어떤 것을 하고 어떤 것을 하면 안되는지 등등의 의문점이 병원문을 나서는 순간 시작된다.

◇ 임신부 금기음식? 지나친 음식 제한은 불필요


임신했다고 불필요한 음식 제한보다  신선한 음식재료로 필요 영양소를 고루 보충하는 것이 좋다.
임신했다고 불필요한 음식 제한보다 신선한 음식재료로 필요 영양소를 고루 보충하는 것이 좋다.
한 예로 시어머니가 챙겨주신 녹두, 찹쌀, 인삼 가득 넣어진 삼계탕을 보고 “이 것을 먹어도 되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초록색 창에 검색하던 나는 임신 중에는 닭고기 먹으면 안된다며 친정어머니가 도로 가지고 가셨을 때는 그 근거를 불문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다.

닭고기처럼 어른들이 금기시하는 음식에는 대물요법적인 생각들에 기인하는 것이 많다. 토끼는 임과 코 사이가 찢어져 있으므로 만약 임신 중에 토끼 고기를 먹으면 언청이를 낳게 된다고 하여 금기시하였고 오리고기는 오리의 발가락 사이가 서로 연결되어 있어 아기의 손과 발가락이 붙은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먹지 못하게 하였다. 닭고기를 먹으면 피부가 안 좋아진다고 하였고, 돼지고기를 먹으면 발가락이 붙어 난다고 하여 먹지 못하도록 하였다.

이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속설 혹은 낭설이다. 임신 중에는 태아의 성장 발육을 위해 양질의 단백질이 필요하므로 닭고기나 오리고기는 매우 좋은 식품이다. 닭고기나 오리고기를 먹어서 이상한 아기가 태어날 수는 없다 오히려 필요한 영양소인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한 것이 이들 식품이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속설 외에도 간혹 잘못 알려진 임신부 금기음식 리스트로 인해 괴로워하는 산모들이 많다. 산부인과에 가서 진료를 보거나 임신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임신 개월 별로 추천 음식 제공하는 등 많은 정보가 있다. 대부분은 신선한 음식 재료를 가지고 필요 영양소를 고루 보충할 수 있도록 정보제공을 하고 있으니 불필요하게 음식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

◇ 임신 계획부터 엽산 복용이 중요

음식 외에도 임신 중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영양제를 복용하게 된다. 그 중 하나가 엽산이다. 임신 초기(약 12주 내)에는 태아 신경계 등 모든 장기의 발생이 완료되는 시기로 엽산이 태아 신경관 결손의 발생을 감소시켜주기 때문에 복용을 권하고 있다. 임신률이 증가하게 되는 봄이 다가오는 만큼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가임기 여성이라면 지금부터 엽산을 복용하여 준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임신 중 나타나는 가장 흔한 증세 중 하나인 빈혈을 예방하기 위해 철분뿐만 아니라 단백질이나 비타민이 부족하지 않도록 필요시 영양제를 보충한다. 빈혈이 심해지면 어지러움은 기본이고 임신 말기에 임신중독증으로 연결되기도 하고 출산직후 출혈과도 관련이 있어 매우 중요하다.

엽산, 철분제제 외에 임신부에게 권장하는 영양제는 대부분 한국임산부의 권장량에 맞춰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반드시 복용해야 되는 이론적 근거가 충분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먹으면 좋다더라라는 바이럴 광고에 현혹될 필요는 없다. 영양제 뿐만 아니라 임신 중 안전한 약물복용에 대해서는 한국마더세이프를 통하여 무료로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의료진 개입을 최소화한 자연출산을 선택하는 산모들의 경우 음식이나 영양제에도 민감하지 않아 진료시에는 필요한 영양소와 칼로리 섭취에 대해 설명을 하는 편이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 했다. 좋은 음식, 좋은 영양제가 태아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예민하게 구분하고 좋은 마음에서 건넨 음식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이는 출산하여 육아를 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며 본인 마음 다스리는 것도 중요함을 잊지 말자.
박지원 산부인과 전문의
박지원 산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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