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칠일이란 출산 후 21일을 말하는 것이다.
예전부터 우리나라는 출산 후 첫 21일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나가지도 못하게 하고, 아무것도 못하게 하고, 오로지 먹고 자고만 하면서 아기와 있게 했던 시간이 첫 21일이었다.
의학적으로 산욕기라는 것은 출산 후 6-8주를 의미하며, 그 기간동안 임신 출산으로 인해 생긴 몸의 변화들이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커졌던 자궁도 작아지고, 늘어났던 골반도 줄어들게 된다. 배를 주변으로 한참 늘어났던 근육과 피부도 돌아오게 된다. 보통은 완전히 다이어트에 성공하더라도 2kg 정도의 체중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유방과 재분포된 피하 지방으로 인한 것이다. 즉 임신전에 50kg이었던 사람이 출산후에는 보통의 경우 52kg 정도로 유지가 된다는 뜻이다. 만약 이렇게 필연적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커진 유방과 재분포된 지방을 제거하고 싶다면 추가적인 2kg를 빼야하는데, 이럴 경우 진짜 출산 후 비쩍 마른 몸을 가지게 된다.
이 산욕기를 보내는 방법은 시대에 따라서도 다르고, 지역별로도 다르고, 나라마다 또 다른거 같다.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외국, 특히 미주권의 산모들은 출산 직후 얼음물을 와그작 씹어 먹고, 피자나 스파게티, 스테이크와 같은 아주 헤비한 음식들, 그것도 어른들이 들으시면 깜짝 놀란 차디찬 샐러드와 함께 그 음식들을 먹는다. 이들은 출산 직후 샤워를 찬물로 시원하게 하고, 아기는 홀라당 벗겨서 바람을 쏘이고, 본인들도 민소매로 썬글라스를 낀채로 한손엔 아기를 한손엔 커피를 들고 거리를 활보하기도 한다. 국물도 마시지 않고, 몸조리도 따로 하는 것 같지도 않는데, 모유수유도 잘 되고, 잠 못잔다고 투덜거리는 이들도 드물다. 아기를 안아 팔목이 아픈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고민하는 것은, 특히 필자가 경험한 몇몇의 프랑스 산모들은 오로지 다이어트였던 것 같다. 출산 후 언제 몸매가 돌아올 것인지에 대한 고민외에 다른 것들은 그리 걱정하지 않으며, 몸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얼마전 필자의 병원에서 출산한 미얀마 산모는 본인의 고향에서는 출산 후 2-3일이 지나 피가 좀 덜 나면 아기를 들쳐 없고 밭에 나가 일을 한다고 했다. 이것은 마치 우리나라의 60년대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반면에 작년에 출산한 몽고의 산모는 전통적인 우리나라 조리 방법과 비슷하게 수술 직후에 따뜻하게 몸을 보호하고 미역국을 뜨뜻하게 마시고, 조리원에서 완벽하게 3주를 보낸 다음에 퇴원을 하였다. 물론 이 산모는 우리나라의 앞선 의료 기술에 반하여 온 것이기도 하므로, 꼭 산후관리 목적보다는 한국에서의 의료를 누리기 위한 측면도 있었는지도 모른다.
필자가 13년전 첫 아이를 낳았을 때는 조리원이라는 것이 매우 생소하였다. 둘째를 낳을 때는 제법 조리원이 유행하기 시작해서, 강남의 비싸다는 조리원은 200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신생아실에서 단체로 있는 아기들에게 생기는 감염의 문제를 매우 두려워 했었기 때문에, 그때나 지금이나 조리원의 지금과 같은 모습은 별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튼,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조리원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산모들은 조리원을 통해 육아 동기를 만들고, 그 전까지는 불가능하게 보였던 공동 육아 비슷한 것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 때 당시 조리원들이 내세우는 것은 거의 비슷했는데, 38도 이상 뜨끈뜨끈하다 못해 너무 더워 찜질방을 연상시키는 산모의 방과, 저렇게 먹으면 살이 절대 안 빠질 것 같은 무진장 큰 사발에 들어가 있는 미역국, 산모의 통증을 해결해 줄 맛사지와 부종을 빼준다는 각종 한약 - 특히 가물치 - 등등이 그것들이었다. 간혹 언론에서 모 조리원의 신생아실에서 로타바이러스 등이 생겨서 신생아실이 폐쇄 되었다는 뉴스가 나오기는 했지만, 조리원은 계속 늘어나기만 했다.
조리원에서 산모들은 그 더운 방에 아기를 같이 데리고 있기 어렵고, 자꾸 쉬라고도 하고, 아기는 왠지 자기보다 신생아실 선생님들이 더 잘 보는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아기 보는 것이 불안하기도 하고, 그렇게 온도도 딱 맞고, 조건이 딱 맞는 신생아실에 아기를 맡기는게 점점 편해지기도 하여, 자연스럽게 아기 따로, 엄마 따로의 생활을 어느새 이어가게 된다. 그리고, 심지어는 조리원에 다시 들어가는 일까지 생기기도 한다.
아기도... 엄마 방에 가면 덥고, 자기에 대해 잘 몰라주는 엄마의 서툰 손길에 자꾸 울게 되고, 배도 고프고, 해서, 점점점점... 신생아실이 더 편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감염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 말고는 정말 쾌적한 곳이 신생아실이다.
정말 조리원은 무엇 때문에 있는 곳일까...
전통적인 산후 조리는, 어쩌면 아주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에 추운 겨울날 산모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농번기에 일손이 부족하더라도, 그 시간만큼은 아기에게 꼭 엄마가 필요한 시간이니, 부디 농사일이나, 번잡한 다른 일들로부터 산모를 보호하여, 오로지 아기만 잘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가족 모두, 혹은 사회 모두가 합의하여 쉬게 해 주었던 기간인지도 모른다. 그 시간에 엄마가 아니면 절대로 아기에게 해 줄 수 없는 것이 있기 때문에, 자라나는 아이를 위해서 엄마를 보호하려던 것인지 모른다.
거기에 비하면, 요즈음의 산후 조리는 그 모습과는 한없이 동 떨어져 있는 것 같다. 맛사지로 몸매를 돌려주고, 엄마를 쉬게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좋아질 많은 것들을 자꾸 빨리빨리 어떠한 시술을 통해 기다리지 못하게 하고 고치려 들기도 한다. 정작 엄마를 필요로 하는 아기들은 엄마들이 조리원에서 남는 시간에만 모자동실을 하여 보게 하고 말이다. 그렇게 엄마들이 조리원을 힘든 출산을 한 본인들을 위한 '상'처럼 생각하여 '누리려'하는 동안, 아기들은 엄마들과 자연스럽게 격리되어 '누군가' 익숙하지 않았던 이들에게 보호를 받게 된다. 아기들도 엄마 못지 않게 힘들었던 그 산도를 통과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지 모른다. 어쩌면 출산 직후에 아기 머리가 찌그러져 있는 것을 보고, 잠시 잠깐 아기가 정말 힘들었겠구나 하고 짐작들은 해 보겠지만, 이내 돌아오는 아기들의 머리를 보고는 금새 아기의 고통에 대해서는 무감해 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쩌면 아기에게는 최고의 보상이고, 상이기도 하고, 최고의 '누림'이기도 한, 엄마와의 시간은 그렇게 허망하게 '조리'라는 명목으로 버려지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필자가 생각하는 조리원의 모습은 그렇기에 지금의 조리원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연앤네이쳐가 남다른 출산 철학으로 지금까지 '근근히' 버티고 있는것처럼, 조리원도 고전을 면치 못할지도 모르지만, 지금과는 다른 조리원의 구체적인 모습이 생기게 된다면, 반드시 꼭 해보고 싶다.
엄마는 두려움 없이 아기를 돌보고, 짜증내지 않고 아기의 울음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며, 자연스럽게 육아가 주는 고통보다는 즐거움을 알게 해 줄 수 있는 조리원에, 조리원을 나가 조리원에 다시 들어올 나약한 엄마를 만들지 않는 그런 조리원 말이다. 진정한 조리는 아기를 위해 엄마몸을 단련시키는 것이고, 산후조리란, 엄마 뿐만 아니라, 아기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것임을 이해하여, 몸매 만들기나, 뭔가 만들기에, 혹은 엄마들이 무엇을 더 누리는가로 서비스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전통적인 산후조리의 외형만 본받아 찜질방 같은 방만 내세우는 조리원이 아닌 진정한 산후 조리를 할 수 있는, 그런 곳이 진짜 조리원이 아닐까 한다.
사실... 이렇게 조리원을 하여, 100% 모자동실을 시키고, 찜질방 같은 시설도 없고, 몸매 관리 맛사지도 없는데다가, 신생아실도 없어서 밥은 해주고, 빨래는 해주지만 하루종일 팔목 아프다는 엄마에게 쉴새 없이 아기를 보게한다면, 그 조리원도 지금의 연앤네이쳐처럼 초반에 아주 심한 고전을 면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만약 그게 시장의 논리에 맞지 않다면 자연 소멸될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나는 꼭 이런 조리원을 한번쯤은 꿈 꾸고 있다. 감염 관리를 위해 할머니할아버지도 못 보게 하는 그런 조리원이 아니고, 가족이 모두 아기 출산을 행복해 하며, 모두 엄마를 도와 한 생명의 탄생을 기뻐할 수 있는 그런 조리원 말이다.
by Dr. Park
[출처] 조리원을 다시 생각해보자 |작성자 닥터박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