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박 이야기
event_available 15.02.08 22:3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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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최고관리자

제가 제왕절개를 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자연주의출산을 못해서.....

본문

10월 1일부터 11월 9일까지 제왕절개율이 2.7%밖에 안되는군요... 놀랍죠?

 

얼마전 기자분이 다녀가셨다. 우리 병원의 특장점이 무엇이고 왜 자연주의출산을 하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나는 자신있게, 우리 병원은 자연스럽게 출산을 도와주기 위한 단순한 목적으로 설립되었으며, 다른병원과 다른 가장 큰 장점은 인력 중심의 출산센터라고 대답했다. 한 사람의 진통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조산사 1인이 함께 전과정을 지켜보아 준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는 것이다. 문득 그 인터뷰를 하다가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힘들기도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연주의출산이라는 타이틀과 조산사 1인 전담제도라는 타이틀이 주는 뉘앙스로 인해 반드시 필요한 제왕절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왕절개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괜한 원망을 들었던 경우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오늘 이 곳에 몇자 적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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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앤네이쳐는 natural childbirth, 자연주의출산 전문병원이다.

 

산모와 산모의 가족들, 의사를 포함한 모든 의료진들이 natural chilidbirth, 자연주의출산을 원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의 평균적인 병원의 제왕절개율이 40%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연앤네이쳐의 경우는 2012년 12월 1일 개원 이후 지금까지 약 9% 정도의 제왕절개율이 유지되고 있다. 이는 둔위, 브이백, 쌍둥이와 같은 남들이 잘 하지 않는 분만을 모두 포함한 수치이다. 오히려 이런 남들이 잘 하지 않는 둔위나 브이백에서의 제왕절개율이 훨씬 낮았다. 달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특히 10월 1일 부터 오늘 11월 9일까지 모두 73명이 출산되었고, 이들 중 단지 2명만이 제왕절개를 통해 아기를 만났다. 산술적으로는 2.7%의 제왕절개율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가능할 수 있을까 하는 수치이나, 지금 그렇다. 이것은 보통의 노력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수치이다. 조산사 선생님들의 거의 살신성인에 가까운 수준의 헌신과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것에 부단한 훈련을 지속한 의사들의 노력이 아니면 불가능한 수치이고, 거기에 도 닦는 수준으로 자기 훈련을 하고 마인드컨트롤을 한 가족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수치이다.

 

그럼... 자연주의출산 병원에서 제왕절개를 해야만 하는 경우는 무엇인가?

 

확실한 것은 골반이 좁고 아기 머리가 클 것 같다는 그런 애매모호한 진단명은 잘 쓰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앤네이쳐에서 제왕절개를 했던 경우 10월의 예에서도 그런데, 열이 나거나, 태아 심박수가 심각하게 좋지 않거나 하는 경우에 제왕절개를 한다. 이외에 어떻게 할 수 없는 통증으로, 무통주사를 해도 도무지 산모에게 도움을 주지 못할 때, 쉽게 말하면, 산모가 더이상의 진통을 거부할 때도 있다. 또 태반이 조기 박리 되었거나, 아니면 정말정말 더이상 진행이 되지 않을 때는 제왕절개를 꼭 해야만 한다. 어찌되었건... 어떠한 노력을 하더라도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경우들이 적어도 연앤네이쳐의 경험상 9%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산모와 가족들이 모두 자연주의출산을 원하여서 오는 경우에는 혹시나 만일의 경우에 제왕절개를 할 수 있고, 연앤네이쳐처럼 자연주의출산을 전문으로 하는 곳에서 수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해석되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없는 선택이 된다. 그러나 가족중 누구 하나의 의견으로 자연주의출산을 결정하여 나머지 가족들이 따라가는 형태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가족 모두가 원하였건, 가족중 하나가 원하였건간에, 공히 9%의 확률은 존재하는 것이데 한 사람의 의견으로 모든 것을 무마하고 연앤네이쳐를 선택하는 경우에 제왕절개를 하면 가족들 모두가 그 한사람을 원망하고, 그 한사람이 선택한 연앤네이쳐를 원망하게 된다. 이럴 때는 연앤네이쳐에서 지금까지 받았던 모든 진료내용을 의심하고, 원망하고, 보상받고 싶어하고, 또 급기야는 우울증에 화까지 경험하는 산모들도 있다. 이것은 의료진에게도 힘든 일임에 틀림없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양막이 먼저 터지는 경우가 그 첫번째...

 

양막이 먼저 터지는 경우 보통 곧 진통이 시작될 징조로 받아들여지며 대부분은 24시간 이내에 출산이 될 것이므로 대개 12시간 정도까지는 자연스러운 진통을 기다리게 된다. 교과서에 반드시 몇시간 이내에 출산을 해야한다거나 몇시간 이내에 진통유도를 해야한다거나 하는 등의 명확한 지침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항생제를 맞아야만 감염이 막아진다고 나와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환경에서 여타 병원이 그렇게 빨리빨리 유도와 제왕절개를 권장하는 것은 의료소송에 대한 과도한 상호 방어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 그러므로 연앤네이쳐에서는 대개 12시간을 기준으로 진통 유도 여부를 상의하고, 항생제는 교과서에는 반드시 그렇게 하라고 나와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혹시 감염이 생길까봐 주사를 하고 있다. 대부분의 산모들은 진통 유도를 하지 않고 그냥 잘 낳는다. 가족들은 이렇게 양막이 먼저 터졌는데도 유도분만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하고 놀라운 자연의 섭리에 감탄하고, 또 의료진에게 경외심을  표하기도 한다. 그런데 잘 못 낳게 된 경우... 열이 나거나, 진행이 되지 않아 수술을 하게 되는 경우는 그렇지 않다. 산모와 가족이 모두 원하여 연앤네이쳐를 선택한 경우는 그나마 쉽게들 받아들이시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는 완전히 다르다. 왜 바로 유도분만을 하지 않았는지 따져 묻고, 다른 병원은 24시간 이내에 수술을 시키는데 왜 미리 예측 못했는지를 따져 묻고, 그리고 정말 가슴아프게도... 전담 조산사라고 있으면서 들락날락만 하고, 방치 해 놓았다며 가슴을 후벼파는 말을 내 뱉고 가는 분들도 있다. 또 의사는 뭐했냐며 나이가 몇살이고, 같은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이럴 수 있느냐는 말로 산부인과 의사로서의 자존감을 땅바닥까지 내동댕이치는 분들도 있다. 의료진은 최선을 다했다고 하지만, 제왕절개를 막지 못한 책임, 제왕절개를 늦게 한 책임까지 모두 의료진에게 전가를 하며 분이 풀릴 때까지 의료진과 병원을 향해 불평해 보지만, 결국 분은 풀리지 않고, 모든 것은 자연주의출산이라는 것을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여 이럴 줄 알았으면 일반병원에서 똑같이 할 것을 하고 후회를 하게 된다.

 

고생고생 진통하다가 제왕절개를 하는 경우가 그 두번째이다.

 

연앤네이쳐에서는 좀처럼 아두골반불균형이라는 진단명을 찾기 어렵다. 웬만해서는 기다리면 나오더라는 뜻이다. 3일을 기다리고, 4일을 기다려서라도, 아기의 심박수가 괜찮고 산모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의지만 충분히 있다면 얼마든지 기다려서 출산을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말 산모의 골반이 좋지 않고, 도저히 자기 힘으로 출산이 안될 경우는 자궁저 압박과 회음절개를 해서라도 출산을 하게 된다. 물론 이런 경우 외형적으로 회음절개 없고, 유도없고, 배를 누르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는 자연주의출산과는 크게 달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자연주의출산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기다리고 또 기다려서 나올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서, 정말 때가 될 때 약간의 도움 - 사실 중요한 도움인지도 모르지만 -으로 출산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다가 출산이 안된다면.... 제왕절개를 했다면... 모든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산모를 응원했던 가족들은 의료진과 산모에게 최선을 다 했다고 고생했다며 위로와 격려를 하고, 새 생명 탄생에 대한 축하를 한다. 하지만 누군가 하나의 의지로 자연주의출산에 이끌리는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다른 병원과 비교하며, 이렇게 고생할꺼면서 뭐하러 자연주의출산을 했냐, 왜 아두골반불균형이라는 것을 미리 예측 못했냐,  다른 병원 같았으면 진작 수술할 것을 괜히 희망고문하면서 애만 고생시켰다는 원망을 하고, 그 선택을 한 당사자를 몰아치게 된다. 또 그러도록 내버려둔 조산사와 의사와 병원을 하나로 묶어 원망하고 책임을 따져 묻기도 한다.

 

이런 두가지 경우 말고도... 더 있겠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정말 씁쓸하다. 그럴 때마다 우리들, 연앤네이쳐의 의료진과 직원들은 어쩔 수 없다며 자조섞인 위로를 한다. 어쩔 수 없이 이 정도의 확률에서는 제왕절개를 해야하고, 어쩔 수 없이 그들 중 누군가는 연앤네이쳐를 싫어하고 원망할 수 밖에 없다며 위로를 한다. 이것은 자연주의출산의 실패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기도 한 것이다. 자연의 이치 안에서, 어떻게 보면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르는 이런 출산이라는 '일'을 하다보면 생길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러시안룰렛과도 같은 확률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럴 때마다 점점 더 방어적으로 변질되려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한참을 노력해야 한다. 그러한 원망을 내 뿜는 몇명의 가족들로 인해 대다수의 그렇지 않은 가족들에게까지 그런 부정적인 여파가 퍼지지 않게 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한다. 그래야 여전한 웃음으로 산모를 맞이할 수 있고, 여전한 여유로 출산의 과정을 읽을 수 있다.

 

물론... 불평을 통해 개선이 이루어지기도 할 것이다. 분명히 더 잘 했다면 다른 결과가 됐을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비록 확률적으로 어쩔 수 없이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듣고 흘리지 못하고, 뒤돌아보고 또 뒤돌아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모든 것이... 더 좋아지기를 기대한다. 더 나은 출산으로 연앤네이쳐가 한걸음 더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모든 칭찬과 원망을 거름삼아 연앤네이쳐가 더 좋은 탄생의 집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4.11.09  닥터박 스토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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