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는 '자연주의출산의 허와실'이라는 글이 자꾸 올라오더니 오늘 보니 '유행처럼 번지는 자연주의출산'이라는 제목의 글이 똑같은 내용으로 다섯개가 검색된다.
자연주의출산이라는 말이 생소하고, 어렵긴 하며, 다소 위험해 보이고, 비싸기 때문에 여전히 산모들 뿐만 아니라 산부인과 안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표현'이기는 하다.
나 역시 자연주의출산이 유행처럼 번지고, 그 본질적인 의미가 훼손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 중의 1인으로 그 제목을 보고 정말 반가워서 들어가 보았더니 이전의 '자연주의출산의 허와실'이라는 글이나 '진화하는 자연주의출산'이라는 글이나 모두 다 똑같은 내용이라 몹시 실망했다.
요즘은 연앤네이쳐뿐만 아니라 분만병원의 상당히 많은 곳에서 '자연주의분만'이라는 말을 쓰고 있고, 그 전과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홈페이지의 내용이 많이 있다. 모두 탯줄을 늦게 자르며 조명을 어둡게 하고, 회음절개나 관장등은 선택에 맡기고, 아기의 충격을 최소화 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모두들 자연주의출산을 걱정했지만, 많은 경우 자연주의출산이 위험하지 않음을 이제는 조금씩 인정하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이왕 가지고 있던 병원의 시설을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어도, 있는 시설을 이용하여 병원 직원을 비롯한 의료진을 교육시켜 자연주의출산을 모티브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주의출산이라고 쓰고 있지만, 이 출산 방식은 유럽에서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기에 미국적인 의료시스템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생소한 이 '자연주의출산'이 사실은 유럽 사람들에게는 가장 보편적이고 어찌보면 그들에게는 미국적인 의료시스템이 더 이상한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 얼마전 영국에서 나온 My pregnancy journal이라는 일종의 산모수첩 같은 것을 공수해서 그 내용을 보니 임신 초기에 병원 출산과 가정출산 중 어디에서 출산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 볼 것을 권장하고 있고, 그 이후에 만약 병원 출산을 생각하고 있다면 그 병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것들을 꼭 확인해 보라고 되어 있었는데, 그 확인할 내용들이 조산사가 몇명이고, 수중출산 가능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것 등이었다.
'유행처럼 번지는 자연주의출산'이라는 제목처럼 요즘 자연주의출산은 연앤네이쳐에서만 행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연앤네이쳐와 같은 인력 위주의 느린 분만을 많은 분만 병원에서 시도하고 있으며 '욕하면서도 따라하는' 분만 방식중의 하나가 되어 가고 있다. 적어도 나는 연앤네이쳐 이외의 병원에서의 이런 변화 노력이 정말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시설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아무도 몰라서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던 불편한 분만에 대해 누구든지 한번쯤은 생각해 보고 있다는 것이고 그게 산모 입장에서 매우 힘들었던 것임을 의료진도 조금씩은 알고 스스로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분만실이 있고, 분만대가 있다고 해서 자연주의출산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자연주의출산은 시설이 주는 안락함을 표방하는 출산이 아니다. 아기와 산모를 조금더 배려하는 출산임을 잊지 않는다면 저렇게 얄팍한 내용으로 자연주의출산을 쉽게 비판하는 글을 올리지 않을텐데 하는 생각에 정말로 안타깝다. 모든 출산은 위험을 안고 있고 사실 모든 아기들과 엄마들은 생명을 걸고 출산이라는 과정을 겪게 된다. 만에 하나는 어느 병원이던지, 어느 곳이던지 존재하는 일이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그런 일들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들은 여전히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사람이 많이 있고, 잘 관찰을 해주는 간호 인력이 있다면 분만실이 너무 바쁘거나 병실이 너무 바빠서 산모나 환자를 방치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인력 위주의 자연주의출산이 오히려 더 위험하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9일부터 시작하는 히프노버딩 프랙티셔너 코스에 오실 여러 의사선생님들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좀더 이런 변화에 빨리 적응하실 수 있기를 바래본다. 결국 '자연주의출산'은 지금처럼 유행처럼 번지다가 기존의 병원 분만을 다 바꾸게 될 것이다.
by Dr.Park
[출처] 유행처럼 번지는 자연주의 출산|작성자 닥터박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