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박 이야기
event_available 15.05.04 09: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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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최고관리자

13년전 그때도...그 산부인과는 분만이 많았던 것 같다.

본문

 

큰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내가 산부인과에 근무를 하고 있으면서도, 내가 같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아이를 낳기가 굉장히 민망하게 느껴졌다.

남편과 나는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다가 지금도 유명하고 그때는 조금 덜 유명했던 한 산부인과에 전화를 걸어 예정일이 8월인데 진료 받으러 가도 되냐는 전화를 2월에 걸었다.

"8월 출산 마감되었습니다."

어머...나....

2월에 걸었는데, 벌써 8월 출산이 마감되다니.. 와...

그 때 나는 그 산부인과가 그냥 직장 근처에 있는 가까운 분만 병원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닌가 싶은 생각에 짐짓 놀랐다. 그리고, 그렇게 강남 일대에 분만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싶은 생각에도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 많은 산모들은 다 어디서 오는걸까...

13년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인데, 그렇게 출산이 마감될 정도로 잘 되는 산부인과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걸까...

 

예전에는 무조건 분만이 많은 병원과 시설이 큰 병원, 의사 선생님 수가 많은 병원이 가장 좋은 병원으로 꼽혔던 것 같다.그리고, 뭐 집에서 가깝고 등등의 이유도 있을 것이고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병원 선택은 산모와 남편이 할 일이고, 병원은 어떻게 해서든지, 먼 지역의 산모까지 데리고 오기 위해 규모 경쟁을 하고, 스펙 경쟁을 했었다.

요즘도, 그런 트렌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13년 전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때는 조리원이 일반적이지 않았는데, 요즘은 조리원이 있는 곳일수록 더 인기가 많은 것도 같다.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병원은 여전히 강남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병원 중의 하나이며, 그 덩치가 더 커져서 이제는 100명 넘는 아기들이 태어나는 병원이라고 하니 정말 대단하고, 그때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조리원도 있고, 병원 1층에는 가게도 하나 들어와 있으니, 규모로 보면 더 커진 것이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연앤네이쳐 같은 곳은 시류에서 멀리 동떨어져 있는 곳이다.

조산원도 아니면서 조산원 스타일의 출산인 것 같고, 의사는 있는 것 같은데, 몇명 되지 않고, 분만실이 몇개씩이나 되는 병원과 달리 방만 있는 곳이고, 늘어져 있는 신생아 침대로 신생아실의 규모를 자랑할 수 있는 신생아실도 없다.

의사 숫자도 적어서 딱 보기에도 규모가 크지 않고, 게다가 젊은 여의사 두명이니 더욱이 분만이나 수술과 직결된 서비스를 파는 곳인 산부인과 영역에서 어른들이 보시기에는 너무나 불안해 보일 수도 있다.

게다가 조리원도 없다.

심지어는 조리원 가려는 산모들에게도 조리원에서조차 모자동실을 할 것과 100% 모유수유할 것을 권장한다. 옛날에 삼칠일 동안 산모들이 한 일은 오로지 아무일도 안하고 모유수유했던 것 뿐이라며 다른 것 하나도 하지말고 모유수유만 하라고 한다.

 

그러니...

연앤네이쳐는 13년이 지나도 이 규모로 조그맣게 있을지도 모르겠다.

규모로 경쟁을 하고, 규모가 커져야만 유지가 되는 분만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료는 양적인 팽창을 하면 질적인 수준이 낮아지기가 매우 쉬운 서비스 분야이다. 양적인 팽창과 질적인 수준 유지를 위해서는 적당한 사람들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나의 경험으로는 사람들 찾기만큼 어려운 일이 없었다. 조산사도 의사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이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사명감은 기본이고 봉사 정신도 있어야 하는데, 일단 그런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의료직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들도 역시 먹고 사는 문제에 직면해 있는 사회인이므로 사명감과 봉사정신만으로 다른 직장과 비슷한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계속 일하라는 것은 어찌보면 같은 노동강도라고 하더라도 훨씬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람이 없으면 절대로 분만숫자를 늘릴 수 없는 지금과 같은 연앤네이쳐의 구조로는 13년이 지나도 똑같을지도 모른다.

 

얼마전 국세청에서 전산상으로 보니 우리 병원이 타병원에 비해 '수익률저조'로 분류되었다는 내용의 통지서가 날아왔다. 국세청의 자료는 단편적으로 맞는 이야기이다. 우리 병원의 세무사말에 의하면 우리병원처럼 인건비가 많이 나가는 병원이 없다고 했으니, 수익률이 낮을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언뜻 겉으로 해석해보면 수익률도 낮은 병원에서 몸으로 일하는 직원들과 원장들은 고달플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모르는 소리이다.

진료는 수익률에 의해서만 평가할 수 없다.

13년 이후 연앤네이쳐가 지금과 같은 작은 규모로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만족도와 원장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다른 어떤 수익률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가 있는 것이다. 뭐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런 행복감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말은 말도 안되는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13년 후에 좀더 연앤네이쳐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져서 조금이나마 규모가 커질 수 있다면, 닥터박이나 최슬아 선생님 같은 사람들이 당직을 조금 덜 설 수 있는 구조는 될 수 있을테니, 그러면 좋을 것 같다. 사실... 지금 당장이라도 누군가가 연앤네이쳐에서 일하고자 한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싶고, 그럼 두어달 지나고 나서 나는 길게 휴가도 가고 싶다.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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