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박 이야기
event_available 15.07.10 10:4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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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최고관리자

둔위 출산 성공보다, 기다려준 산모들에게 더 감사하다...

본문

 

오늘 아침...

9시부터 11시까지 외래 진료를 볼 수가 없었다.

둔위 아기 한명의 출산 때문이었다.

 

둔위.. 발가락이 보이는 상태에서, 총알처럼 나오기도 하는 아기가 언제 나올지 예측이 전혀 되지 않는다. 이 아기가 조금 늦어 보인다고 하더라도 뒤 돌아서면 쑥 나올 수 있는 둔위 아기이므로, 나는 외래 진료가 밀려 있더라도.. 그 아기를 두고 내려갈 수가 없었다.

 

수축이 약하고, 진통이 드문드문 와서, 더 늦어지기도 했던 이 아기덕에, 외래의 13명의 산모와 보호자들은 정말 무한한 인내심을 시험당하며 기다렸을 것이다.

시간은 자꾸 가고, 아기는 발가락 하나하나 1mm씩 진척하는 것처럼 보이고... 나는 애써 외래 환자들의 진료 지연에 대한 불만 제기에 신경을 안 쓰고 싶지만, 자꾸 집중력이 떨어지려고 했다. 이것은 어쩌면 며칠전 아기를 낳은 한 산모의 보호자가 한 말이 신경쓰여서 인지도 모른다. 그 분이 유난히 기다리는 것에 민감하기도 했고, 사실 매번 올 때마다 기다렸다면 진짜 화가 날 법도 하다... 그렇더라도..그 날의 그 말은, 직원을 통해 전해들은 그 말은 정말 가슴을 후벼파는 말이었다. '이 정도 규모에, 의사가 낮에 한명 진료 보는게 말이 돼요? 원장 둘이 계속 일해야지...'라는 그 말 말이다...(근데, 진짜 그랬을까 싶기도 하고...) 아... 참... 그래.. 그 말도 맞다. 기다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밤새 분만을 하고 잠을 한 숨을 못 잔 것이 남의 일이기 때문에 진짜 짜증 날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건 좀 서운했다. 어찌됐건, 나는 그 말을 들은 이후로 외래에서 산모들을 기다리게 한다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더해서 '규모답지 않아' 비난 받을 일에 대해 또 고민하게 되었다. (사실 우리 병원의 규모는 진짜 작은데도 말이다)

 

잔뜩 긴장하고 표정을 잘 지으려고 노력하며 외래에서 첫마디를 하는데, 뜻 밖에 하나같이 산모들이 다 잘 나왔냐고 물으며 다행이라고 응원들을 해주시는 것이 아닌가...

우리도 그럴 수 있잖아요 하며... 그래도, 지금 당장 내 아기 출산이 아니면 화가 날 법도 한데, 정말 오늘은 기적이 일어난 걸까? 아니면, 그간 의기소침했던 것을 좀 내려 놓으라는 신의 계시였을까...

 

오늘 하루 종일 가슴이 따뜻했다.

둔위 출산을 성공했다는 기쁨보다 더 했던 다른 이의 출산을 기다림으로, 축복으로 축하해 주었던 오늘 그 산모들 덕에 가슴 속 깊숙한 감동이 나를 오늘 하루 종일 행복하게 해 줬다.

그래서일까...나는 3일의 진통을 하고 결국 제왕절개를 했던 산모가 가여워 오후 회진을 간 지금 울컥하는 심정으로 그 산모 앞에서 울 뻔 했다.

 

고맙습니다.

행복하네요.

더 잘 할께요..

게으름 피우지 않구요...

더 잘 보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모두들...

 

by Dr.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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